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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르바란(Lebaran)' 귀성 전쟁 시작되는 인도네시아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9-06-01 08:51

5월 5일 닻을 올린 라마단(Ramadan)도 어느덧 종반에 접어 들었다. 한 달간 금식이 마무리되는 시점이 다가오면서 인도네시아에는 '르바란(Lebaran)'이라는 단어가 자주 회자되고 있다. 이슬람교, 무슬림 문화 등에 별다른 관심이나 인연이 없다면 르바란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지 모른다. 르바란은 라마단 직후 이둘 피트리(Idul Fitri) 축제와 함께 진행되는 이슬람권을 대표하는 연휴 기간으로 보통 풀이된다. 무슬림(이슬람 신자)들은 라마단이 무사히 끝난 것을 감사하며 서로에게 덕담을 건네고 가족, 친구들과 음식, 선물 등을 주고받는 이둘 피트리를 이틀간 성대하게 기념한다. 이를 전후해 명실상부한 인도네시아 최대 명절 르바란이 막을 올린다.


올해 인도네시아 정부가 6월 5∼6일 이둘 피트리를 앞뒤로 3~4일과 7일을 나란히 르바란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주말을 포함한 9일간의 연휴가 탄생했다. 주변에는 예수 승천일 공휴일인 5월 30일 다음날인 31일 휴가를 내고 최장 11일간의 황금 연휴를 즐기는 경우도 제법 많다. 실제 휴일인 30일 자카르타 중심부의 타나 아방(Tanah Abang) 재래시장 등은 르바란을 앞두고 쇼핑에 나선 현지인들로 하루 종일 북적거렸다. 여기에 도시 외곽의 주요 버스 터미널에는 이른 귀성길을 재촉하는 발걸음도 줄을 이었다.  

 

한국의 추석과 닮은 꼴의 르바란 기간이 임박하면 귀성 전쟁이 빠짐 없이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1년간 손꼽아 기다려 온 가족, 친척 등과의 만남을 위해 3000만명 이상이 고향 길을 떠나는 광경이 인도네시아 곳곳에서 펼쳐지는 까닭이다. 연휴가 본격화하면 귀성 차량이 대거 쏟아지면서 자카르타 등 대도시와 지방을 잇는 주요 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수백 ㎞에 이르는 가족 단위 장거리 이동이 대부분인 르바란 귀성이 차량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면서 교통 정체가 심해지고 그 결과 하염없이 도로에 발이 묶이기 십상이다. 최근 일부 고속도로가 신설되고, 프무딕(Pemudik)으로 불리는 귀성객을 실어 나를 대형 버스들도 부랴부랴 증편되지만 여전히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올해 또한 6월 2일께 귀성 행렬이 절정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찰과 소방 당국 등이 비상 근무에 돌입한 상태다. 


이렇듯 르바란 교통 지옥이 매년 반복되면서 안쓰러운 뉴스 역시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부푼 마음을 간직하고 귀성길에 올랐지만 미처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현지인들의 소식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올해보다 르바란이 한 달가량 일찍 찾아온 2016년 7월 초 인도네시아를 슬픔에 빠뜨렸던 사망 사고가 대표적이다. 자바섬 중부 지역의 한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교통 정체로 인해 20시간 넘게 도로에 갇혀 있던 귀성객 12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 보도돼 충격을 안겼다. 당시 언론은 이들 대부분이 노인으로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 속 장시간 여행으로 인해 피로가 누적돼 사망했다고 분석했다. 이를 포함해 2016년 르바란 기간 교통 관련 사고로 인한 사망자만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400명을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을 정도다. 개인적으로도 조그만 용달차에 귀성객 10여 명이 가재도구까지 챙겨 아슬아슬하게 올라 탄 모습을 보고 아찔했던 기억이 있다. 

사실 르바란 연휴 같은 대이동 기간에는 아무래도 사건과 사고가 증가하게 마련이다. 한국에서도 추석, 설날 연휴에는 고속도로 등에 극심한 병목 현상이 나타나면서 안타까운 인명 피해가 발생해 왔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정부조차 "중간중간 차량 밖으로 나와서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당부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해법이 없다고 털어놓을 만큼 왕복 수십 시간의 르바란 귀성은 전쟁에 비유되고는 한다. 즐거움과 설렘으로 가득해야 할 귀성길이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 저하, 수면 부족, 매연 중독 등에 시달리는 고행길로 변한다는 탄식이 터져나오는 것. 조금씩이나마 귀성 환경이 개선돼 가급적 슬픈 르바란 소식이 들려오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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